카메룬 다이아와 한국 언론② 킴벌리 프로세스 몰랐나?

한국에 ‘다이아 노다지’를 안겨준 C&K Mining(CNK)의 지분관계는 한국의 C&C Mining과 카메룬의 CAPAM는 8:2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언론은 카메룬 다이아 원석을 한국에 들여와 가공해서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또 다이아 수출국으로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카메룬 정부에겐 20%만 주면 된다고 한다. 말하자면 카메룬 다이아를 거의 몽땅 한국회사가 차지하는 셈이다. 다이아 매장량이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것이 설사 사실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다이아를 발견하고 탐사허가권만 획득하면 지분의 5분의 4를 차지한 외국의 사기업이 다이아 원석을 마음대로 해외로 반출해 그렇게 이윤을 챙길 수 있단 말인가?

우선 다이아몬드에 얽힌 국제문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 한편을 거론해 보도록 하겠다. 다이아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바로 2006년 작품으로 할리우드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즉 ’피의 다이아몬드‘로 ’분쟁 다이아몬드(Conflict Diamond)‘로도 불린다. 한국에서 이 영화는 김원사 교수가 카메룬에서 다이아 광상을 발견했다는 언론보도가 확산되기 바로 두 달 전, 2007년 1월 개봉됐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이 영화를 언론인들이 봤다면 혹은 얘기라도 들었다면 ’다이아몬드‘라는 단어에 묻어있는 참혹함과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를 떠올릴 것이다. 시에라리온의 시민전쟁(1992-2002)이 배경이었던 이 영화는 다이아가 심각한 비윤리적 문제와 잔인함을 내포하고 있는지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다이몬드, 금 등의 지하자원을 둘러싼 분쟁들, 그 속에 숨겨진 진실들은 영화가 다 전달하진 못한다. 현실은 영화의 허구성보다 더 잔인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엔 잘 알려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자연자원이 있다. 앞으로 아프리카의 자원 없이는 미국도, 유럽도 또 중국도 생존하기 힘들다. 왜 그 많은 국가들과 다국적기업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겉으론 내전으로 아프리카 종족들 간의 분쟁처럼 보이지만 얽히고설킨 국가들 간의, 또 다국적기업들의 이권다툼이 결부되어 있다. 이들은 권력에 눈먼 부패한 지역정치인들과 결탁해 지하자원을 대가로 무기를 팔아 지역분쟁을 지속시키고 정치인들은 그 지역에서의 권력을 잡거나 유지시키며 자원을 팔아넘긴 돈은 해외로 빼돌린다. 그렇게 엄청난 자연자원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부자는커녕 아프리카를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분쟁과 병과 가난이다.

아프리카 지역주민들의 풍부한 자연자원에 대한 정당한 소유권은 무시되고 그들에게 남겨진 것은 다이아의 화려하게 빛나는 사치스런 생활이 아니라 여전히 참혹한 죽음과 가난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프리카는 가진 것이 없어 가난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너무 많아 가난한 대륙이다. 아프리카 자연자원을 아프리카를 위해 쓰도록 아무도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C&K Mining과 한국정부도 카메룬 다이아가 마치 한국 땅의 자원인양 떠들지 않았던가? 그러니 수세기 전부터 아프리카에 진출한 유럽의 제국주의자들과 자원전쟁을 일삼는 미국은 오죽하겠는가? 또 새로운 슈퍼파워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도 아프리카 없이는 경제발전도, 또 미국과 경쟁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냉전이 끝났음에도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는 이유이다. 이것을 따라해 보겠다는 게 MB정부의 ‘자원외교’가 아닌가? 카메룬 다이아생산의 80%를 몽땅 가져오겠다는 것이 C&K Mining과 한국정부의 속셈이었는데, 이것이 어찌 외교인가? 강도짓이란 말이 더 합당할 것이다.

앙골라, 시에라리온, 콩고민주공화국, 코트디부아르 등 많은 아프리카지역 내전에서 다이아몬드 밀거래를 통해 무기를 사고, 그 무기로 서로를 죽이는 의미 없는 전쟁이 3백7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 속에서 강제로 징집된 어린이병사(child soldiers)들이 전쟁에 휘말리고 강간 등 인간존중이란 찾아 볼 수 없는 추악한 피의 전쟁이 대물림되었다. 이러한 잔인한 분쟁 속에서 구소련과 서방국가들이 석유와 다이아 등을 대가로 낡은 무기를 팔아 치우고, 그 다이아는 세계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여성들이 이 ‘피의 다이아’로 화려하게 치장하며 뽐내왔다. 분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다이아 채굴을 위한 강제노역, 아동노동, 노동착취 및 원주민 추방을 포함한 각종 인권유린과 환경 및 생태계파괴 등 숱한 문제들을 발생시켰다.

이런 참을 수 없는 비윤리적 행위들이 국제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으면서 유엔이 1998년 대책마련에 착수했지만, 한계에 봉착한다. 각 정부와 다이아산업의 참여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0년 5월 다이아광산 밀집 지역이자 드비어스(De Beers)가 다이아제국을 세운 남아공화국 킴벌리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다이아 수출입 및 유통에 대한 국제적 감시체계가 제안됐다. 이 지역 이름을 따서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 KP)’라고 부른다. 이것이 결실을 맺어 2003년 40개국이 킴벌리 프로세스 참여했다. 현재 유럽공동체 회원국들을 포함해 76개국 참여하고 있다. 한국도 킴벌리 프로세스(KP) 참여국이다.

정부, 다이아산업체, 시민단체들의 삼각체계로 다이아 수출 및 수입을 감독하는 이 제도를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체계(Kimberley Process Certification Scheme: KPCS)’라고 일컫는다. 말하자면 다이아 원석의 출처가 분쟁지역이 아니며, 다이아 채굴과정에서 인권유린과 환경파괴가 없었음을 인증하는 것으로, 다이아 원석의 유통과정 등 다이아 거래 감독시스템이다. 다이아 원석의 출처와 유통과정의 투명성을 통해 ’피의 다이아‘ 혹은 ’분쟁 다이아‘가 글로벌 다이아시장에 유통되어 분쟁자금줄이 되는 것을 막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 5일 부정부패감시 비정부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킴벌리 프로세스 탈퇴를 선언하면서 다이아 감시시스템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코트디부아르,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에서 자행된 부정부패, 강간, 강제노역 및 학살 등을 묵인하고 다이아 거래를 승인한 킴벌리 프로세스에 대한 항의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유엔의 제재를 받아왔고, 다이아 원석 무역은 금지되어 왔다. 베네수엘라는 다이아 원석 거래에 대한 의혹을 받아왔던 나라였다. 또 짐바브웨의 잔악행위는 200명의 광부를 학살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킴벌리 프로세스는 이들의 다이아 거래를 제재하기는커녕 묵인한 것이다. 킴벌리 프로세스의 회원국들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것 또한 큰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아 원석의 거래는 원칙적으로 킴벌리 프로세스(KP) 참여국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미가공 다이아, 즉 다이아 원석을 수출할 경우 매번 ‘킴벌리 프로세스 증명서(Kimberley Process Certificate)’가 발행된다. 따라서 킴벌리 프로세스(KP)가 인증하는 이 증명서가 없이는 다이아 원석을 수출할 수 없으며, KP-비참가국들로의 수출도 금지하고 있다. 수입국이 참여국이 아닐 경우 다이아 원석 수출국이 설사 KP-참여국이라 할지라도 수입은 금지된다. 다시 말하면 다이아 원석 거래는 수출과 수입하는 양쪽이 모두 KP-참여국이어야만 한다.

그럼 카메룬과 한국의 경우를 보자.

카메룬은 현재도 킴벌리 프로세스 참여국이 아니다. 이웃국가들이 다이아를 둘러싼 분쟁으로 혼돈에 빠지자 이를 거울삼아 카메룬은 다이아 광산개발을 자제하고 있었던 나라였다. 2011년 11월 3일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서 열렸던 킴벌리 프로세스 총회에서 카메룬은 뒤늦게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체계(KPCS) ‘지원자(응모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즉, 한국 언론들이 C&K Mining이 카메룬 다이아 원석을 가져와 가공해 엄청난 수익을 낼 것으로 보도했는데,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다시 말해 한국은 킴벌리 프로세스 참여국이지만 카메룬은 아니다. 따라서 이 두 나라 간의 다이아 원석 무역은 국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즉, 다이아 원석을 카메룬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것은 현재 합법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김원사 교수의 7억36천만 캐럿의 다이아 광상발견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카메룬 다이아 원석 단 한 개도 한국에 들여올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자원외교’란 허울 좋은 정책으로 국내에선 국민들을 속이고 ‘대박’을 노리는 사기업들과 손을 잡고 아프리카 지역정치인들과 ‘수상한 관계’를 맺고 지하자원을 탐내며 덤벼들었다. 20세기와 21세기 두 세기를 아우르는 탁월한 과학자인 김원사 교수가 글로벌 생산량의 5배가 넘는 다이아몬드 광상을 카메룬 요카도마 근처 모빌롱 지역에서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거짓사실도 서슴없이 발표했다. 남에게 지는 꼴을 참지 못하는 경쟁교육의 천국을 세운 MB정부니 ‘자원외교’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계랭킹 1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오덕균이 카메룬에서 키운 C&K Mining의 탐욕스토리는 일확천금의 꿈을 가장 확실하게 부추기는 한국 언론에서 만발을 했다. 삼박자가 척척 맞는다.

이렇게 ‘킴벌리 프로세스’이라는 단 하나의 이해만으로 카메룬 다이아가 국제사기사건임이 잘 드러난다. 또 한국에서 정부-기업-언론이 삼각동맹관계를 맺고 시민들을 얼마나 우롱해 왔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렇다면 자원외교를 한다는 한국정부 외교부는 이런 단순한 사실도 몰랐단 말인가? 국제문제에 빠삭해야할 외교부는 도대체 뭐하는 집단인가 말이다.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언론인들의 변명이다. 다음은 ‘미디어 오늘’의 기사 ‘정부 발표 의심 들어도 확인할 방법 없었다(2012.02.02)’의 일부내용이다.

"당시 동아일보에 관련 기사를 썼던 한 기자는 ‘기업에서 발표하면 안 쓰면 그만이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하면 안 쓸 수가 없다’면서 ‘기자들이 정부 발표에 의심을 해도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해당기업에 취재를 간다고 해도 해당기업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이 의심해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책상에 앉아 인터넷으로 ‘다이아몬드’란 단어만 찾아봐도 ‘킴벌리 프로세스’를 알 수 있고, 카메룬은 킴벌리 프로세스 참여국이 아니라 다이아 원석 무역이 금지됨을 알 수 있는데, 이 무슨 가당치 않은 한심한 변명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