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해 진실만 추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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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 거대한 퇴행의 시대다. 폭풍의 전조와 같은 불길함이 시민들 머리 위에 갈수록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며 일상을 짓누른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래 수구극우 세력은 제 세상을 만난 듯 창궐하고, 온갖 시대착오적이고 기괴한 행태가 공동체를 뿌리부터 갉아먹으며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경제와 외교‧안보, 협치와 통합, 그리고 국민 안전까지 모든 면에서 참담할 정도로 무능‧무책임한 정권이 외신들로부터도 조롱당하며 국격을 바닥 모르게 추락시키는 중이다.

이들이 오직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서민‧약자‧취약계층의 희생을 발판으로 소수 기득권층에게만 유리한부자 감세 정책과 교묘한민영화 정책, 그리고 제 수족과 같은 검찰을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전(前) 정권 털기와 정적 제거를 시도하는 정치공작 게임뿐이다. 제 편은 악착같이 봐주고 반대편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검찰공화국의 살풍경은 최소한의 위장도 없는 적나라함을 과시한다.

국정을 담당한 집단이 그 어떤 믿을만한 역량도, 비전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실로 살얼음판 같은 비상한 위기 국면을 안팎으로 맞고 있지만 언론은 권력 감시에 실패하거나 도리어 실정을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수구보수 매체들은 여전히 정권의 친위대 노릇에 여념이 없고, 몇 안 되는 진보 신문은 결정적 국면마다 옳고 그름을 오판해 촛불 시민들을 좌절케 하곤 한다.

이에 시민언론 민들레는 백척간두 진일보의 심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언론의 위기'라는 표현조차 진부해진 이 시대에 레거시 미디어의 못된 유산이 지배하는 언론 생태계를 바꾸고 깨어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는 대항언론이자 대안언론이 되려는 것이다.

민들레의 '민'은 민중, 국민, 시민을 뜻한다. 민들레는 들판의 질긴 풀이면서 꽃씨를 멀리 퍼뜨린다. 시민언론 민들레 역시 시작은 미약해도 민들레 홑씨처럼 어느새 널리 퍼져 시민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참언론의 꽃을 피우고자 한다. 이 같은 초심을 가슴에 새기며 다음과 같은 원칙을 천명한다.

첫째, 시민언론 민들레는 권력과 자본 등 일체의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 양심과 신념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한다. 주지하는 대로 한국의 많은언론이 정치권력과 사실상 유착하거나 사주 및 경영진의 입김에 휘둘려 사실과 진실을 비트는 왜곡된 논조를 흔히 개진해왔다. 대기업 광고주 등 자본의 논리에 굴복해 홍보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한편으로는 포털에 종속돼 클릭수 경쟁에 눈이 먼 채 온갖 선정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을 우롱하고 오도하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권력 및 자본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오직 독자들에게만 봉사할 것임을 다짐한다. 일찍이 월터 리프먼은 퓰리처상 수상작인 저서 '여론'에서 "독자들의 충성심에 진정으로 의존하는 신문이 최대한으로 독립적인 신문"이라며 "끊임없이 그 신문 곁을 지키는 독자 집단은 어떤 광고주가 휘두르는 힘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역설했다. 우리는 그처럼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진정한 독립 언론이 되고자 한다.

둘째, 시민언론 민들레는 수구 기득권 매체뿐 아니라기성 진보 신문들에 대해서도 비판적 고찰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진보로 분류되는 신문들조차 보수 진영이 설정한 프레임에 휩쓸려 비슷한 논조로 따라간다거나, 양비론에 매몰되거나, 판단을 회피하고 보도 자체를 안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행태가 진보 또는 리버럴 정권이 들어서면 더 심해져 "양쪽 다 똑같이 비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일종의 콤플렉스처럼 작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적폐의 장단에 춤추곤 한다는 게 우리의 문제의식이다. 특히 검찰에서 흘리는 일방적 혐의를 받아쓰는 병폐에서도 별 차이점이 없어 진보개혁 성향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더욱 커졌다고 본다. 우리는 이 같은 진보 신문들의 이율배반적이고 무기력한관성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시민언론 민들레는 허울뿐인 객관주의를 내세우는 대신 해설과 관점을 중시하는 '오피니언 저널'을 지향한다. 한국 언론들은 겉으로는 미국식 객관주의 저널리즘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이트 기사들에서조차 제목만 봐도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의견 보도를 일삼고 있다. 우리는 그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이중성을 배격하고 견해를 당당히 밝히려 한다.

송건호 선생은 "신문에는 본래 객관 보도란 있을 수 없다"며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일수록 기사가 객관적이기보다 오히려 훌륭한 의미에서 주관적"이라고 했다. 영미권 언론과 달리 프랑스 언론은 오래전부터 사실과 의견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형태를 띠었고 해설과 관점에 무게를 둔 오피니언 저널(Journal d'opinion)이 주류를 형성해 지금까지 계승돼 왔다.우리는 기계적인 중립보다 종합적인 사실과 진실을 추구할 것이다.

객관성을 아예 포기하고 무책임한 보도와 논평을 하겠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팩트는 모든 해석의 토대를 이룬다. 따라서 충분한 사실성과 정확성에 기반해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함으로써 사안의 맥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한 마디로 '방법론적 객관성'과 '의견 저널리즘'의 조화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독자들 이해를 돕고 우리 사회의 상식과 민주주의가 더 진전될 수 있도록 북돋는 역할을 하려 한다.

"저널리즘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는 존재였다. 모든 세대는 각 세대만의 저널리즘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도 우리만의 저널리즘을 만들고 시민들의 평가를 받고자 한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성원해 주시길소망한다.

2022년 11월 15일 시민언론 민들레

■ 창간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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