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분신방조’ 1년째 “수사중”…오보도 노출중

재원 : "경찰은 언론에 수사 중이라고만 합니다. 1년 가까이 수사만 하고 있습니다. 수사 상황과 내용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정말 수사를 하고 있습니까."

주식 : 윤석열 정권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해 분신한 고 양회동 열사의 부인 김선희 씨가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울먹이며 한 말이다. 양 열사의 유가족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들은 고 양회동 열사 1주기를 앞둔 22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조선일보의 분신방조 보도 사건 폐쇄회로(CC)TV 유출 사건에 대한 조속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이다. 두 차례나 수사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해 5월 16일자 인터넷판 기사와 5월 17일자 지면 기사에서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성헌 부지부장이 양회동 열사 분신 당시 "가만히 선 채로 양 씨를 지켜봤다"면서 분신 자살을 방조한 것처럼 보도했다. 당시 주무부처 장관인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은 이를 기정사실인 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확산했다.

그러나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홍 부지부장은 양 열사에게 다른 노조원과 통화를 권하는 등 분신을 적극 만류했고, 현장을 목격한 YTN 강릉지국 기자들도 홍 부지부장이 분신을 말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홍 부지부장과 YTN 기자들이 만류한 정황이나 진술 등이 있었음에도, 소리도 없는 CCTV 장면 일부만 취사 선택해 마치 홍 지부장이 분신을 방조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양 열사 유족과 건설노조는 지난해 5월 22일 조선NS 최훈민 기자와 조선일보 최아무개 사회부장, 수사기관 관계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아울러 건설노조는 5월 26일 법원으로부터 CCTV 영상의 증거 보존 신청을 받아 6월 20일 영상 원본을 확보하고 7월 18일 CCTV 영상이 조선일보 보도 속 사진의 원본이라는 영상 감정분석 결과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영상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과 조선일보 보도에 사용된 영상 갈무리 사진이 동일 자료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수사기관의 내부 비밀이 유출됐다는 명백한 증거다. 조선일보 계열사인 월간조선은 조선일보의 '분신방조 보도' 직후 양 열사의 유서가 대필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여러모로 국가기관과 보수 족벌언론의 합작이 의심되는사건이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해당 보도 역시 삭제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1년 넘게 유가족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양 열사의 부인 김 씨는 "작년 5월 1일 남편은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 고통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다. 그 후 5월 16일 조선일보에서는 남편의 그 사건을 눈으로 목격한 목격자처럼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시간과 사건의 전말을 초단위로 기사화했다. 그러나 17일 한 언론 기사에 조선일보 기자가 알아서 쓴 것, 경찰서 관계자는 취재나 연락한 적 없다라고 했다"면서 "조선일보 기자는 목격자도 아니었고, 취재나 연락한 적도 없었는데 CCTV 영상을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을 어떻게 몇 분, 몇 초 단위로 기사를 썼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었겠는가. 검찰이나 경찰의 도움 아니면 입수할 수 없는 영상이다. 그래서 경찰이 수사를 미루고 있다라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든다"며 "제 합리적인 의심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수사 중 CCTV 영상을 불법 유출하였으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어떠한 이익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런 뻔한 사실을 가지고도 1년 가까이 수사만 하는 담당 수사관에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하루속히 명확하게 수사해 꼭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사건의 법률대리인인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이 사건은 검·경 내부자가 언론에 수사 자료를 유포해 허위 사실을 적시하게 한 사건으로 중대한 비리가 관여된 사건"이라며 "정부·여당이 '건폭몰이' 중 발생한 자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노동 혐오를 조장한 사건"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경찰청은 수사 진행 상황 확인 요청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련 사건이 맞물려 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누구를 수사했는지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피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수사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피말리는 고통을 추가로 받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일부터 11개월이 지나도록 피해를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작년 8월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청구를 했으나, 조선일보는 피해자들의 내용증명을 받고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고인을 능욕하는 기사와 사진은 여전히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월간조선은 뒤늦게 유서대필 의혹 기사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보도를 했지만, 이미 피해자들에게 가해진 막대한 피해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피해자들은 이번 주 대한민국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나머지 언론사들 및 원희룡에 대해 명예 및 인격권 등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면서도 "피해자들은, 왜 이처럼 직접 나서야 하는지, 가해자들과 국가기관은 왜 계속 침묵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피해자들은 다시 한번 요청한다. 조선일보는 잘못된 기사를 정정하고 사과하기를 바라며, 경찰청 또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피해자들과의 소통을 피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언론인들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와이티엔(YTN) 기자이자 YTN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당선자(인천 부평갑)는 "1년 전에 양회동 열사께서 그런 선택을 하셨을 때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까, 당신의 몸이 타들어가는 것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그런데 양회동 열사 사건 이후에 우리 언론이 보여준 태도는 비겁하기 그지없었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왜 이러한 수사 촉구가 지속적으로 반복돼야 하느냐"면서 "지금도 언론이 이런 일 자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눈 감고 있기 때문에 알릴 길이 없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거리에 나와서 기자회견 하는 거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는 "분신을 방조했다는 기사가 1년 가까이 버젓이 게재되어 있다. 이건 모든 언론의 책임 아니냐"며 "부당함이 명백한 이런 기사 하나 끌어내리지 못하는 언론이 무슨 사회의 공기로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한다고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검경 여론이 일어나고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절대 꿈쩍도 안 한다"며 "언론은 욕 먹지만 여전히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꼭 보도해서 최소한 이 사건만이라도 바로잡힐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강성남 대표는 양 열사가 분신 직전 YTN 기자들에게 남긴 유서를 읽었다. "기자님, 시간이 없어 주소(두서)없이 마구 쓰니 이해해주세요"라고 시작하는 유서에서 양 열사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탄압에 저 하나의 목숨으로 그만 중단하였으면 합니다"라며 "윤석열의 건설노조 및 화물노조, 금속노조까지 노동자 죽이는 노조 탄압 중단하라고 전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는 "이제는 죽지 않고 일하고, 힘든 일 하면서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며 "제발 노조 탄압중단시켜 주세요. 그리고 죄없이 구속된 동지들 풀어주세요"라고 썼다.

강 대표는 "언론은, 조선일보는 열사의 뜻을 왜곡하고 건설 노동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간으로서 언론으로서 차마 하면 안 되는 일을, 역사 앞에 죄를 지었다"며 "그런 조선일보에 대한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 언론은 열사의 마지막 당부의 말을 새겨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언론과 권력의 불순한 기획 의도의 냄새가 진동을 하는 사건"이라며 "언론은 사회적 흉기와 악으로서 역할을 이제는 멈추고, 열사의 뜻대로 모든 사람이 죽지 않고 천대받지 않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사회를 만드는 데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장옥기 건설노조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허위내용을 보도한 부분들은 즉각적으로 조사해서 발표를 한다"며 "그러나 (양회동 열사에 대해선) 지금까지 1년이 다 돼가는데 아무런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면서 건설노조를탄압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은 지금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고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고용이 배제된다"며 "건설노조가 해왔던 노사관계는 정당하다. 그래야만 현장 부실공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양 열사가 염원한 것은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며 "그것이 제대로 되어야만양 열사의 명예회복과 건설노조 활동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는것"이라고 했다. 그는 건설노조 탄압을 지휘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규탄하며 "건설노조는 양 열사 명예회복과 CCTV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의 잘못된 정책을 올바르게 돌릴 수 있는 투쟁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노조는 양 열사 분신 1주기이자 노동절인 오는 1일 오후 경찰청에서 대규모 추모집회를 열고 경찰의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2일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아 양 열사의 묘역을 참배하고 열사정신 계승을 강조할 계획이다. 건설노조는 지난 2월 대의원대회를 열고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정신계승 사업회'(회장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를 발족했다. 올해 1주기를 계기로 백서발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