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들의 정치 뉴스, 초조함이 느껴진다

ai 투자 : ‘시민언론 민들레’는 최선영 교수, 고은지 연구원과 함께 <네이버 랭킹뉴스로 본 총선>을 기획했습니다. 네이버 뉴스 사이트에서 많이 보았다고 추정되는 정치 및 총선 ‘랭킹뉴스’를 데이터로 수집하여 언론사의 총선 프레임과 보도 추이, 보도 패턴을 해석하고 분석하려고 합니다.

카지노 : 하루 동안 한정된 시간 자원을 쓰는 우리는 모든 뉴스를 다 볼 수 없습니다. 시간 절약의 지름길을 택해서 사람들이 ‘많이 본’, ‘댓글 많은’ 뉴스를 주요 기사라고 생각해 무심히 클릭하곤 하지요. 문제는 총선이 코앞인 현재, 대표적인 뉴스 포털 네이버에 총선 보도 건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럴수록 알고리즘은 ‘피드백 루프’에 의해 남들이 많이 본 기사를 더 도드라지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는 기사에 더 노출될 수 있고, 의도치 않게 알고리즘에 편향된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물론 남들이 많이 읽고 댓글을 많이 단 ‘랭킹뉴스’가 중요 이슈일 수도 있지만, 기사 품질과 상관없이 주목을 크게 끈 ‘흥한 뉴스’의 성격을 더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뉴스를 선택해 볼 때 좀 더 숙고하고 주의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 기획을 시작합니다.

오전 10~11시대, 주목도 높은 기사가 올라오는 시간

3월 11~17일 일주일 동안 오전 10~11시대 업로드된 기사들이 네이버 랭킹뉴스에 많이 올라온 패턴이 확인되었다. 이 시간대 기사들이 큰 주목을 끄는 경향이 있거나, 언론사들이 이 시간대 기사를 보도록 유도하거나, 네이버 뉴스 이용자들이 이 시간대 기사를 매체별로 골고루 보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예컨대 3월 15일 오전 10시대에는 60개 언론사의 보도 137건이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왔고, 이중 종합일간지 보도는 17건, 방송/통신보도는 41건이었다. 조국 전 장관의 “느그들 쫄았제?”라는 발언이 큰 주목을 받았고,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의 망언이 큰 화제가 되었다. (다른 시간대의 랭킹뉴스를 확인하고 싶다면 필자들의 연구 블로그를 방문해보세요)

댓글 많은 뉴스, ‘동아’가 밀어주고 ‘조선’이 끌어주고

지난 주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던 기사는 14일 저녁 8시에 올라온 조선일보 기사였다. 그러나 이 기사와 같은 논조의 최초 발화점은 오후 4시에 올라온 동아일보의 <이재명 “’尹 잘했다’ 싶으면 2번 찍든지 집에서 쉬어라>였다. 동아일보의 이 기사를 받은 조선일보는 <충청 이재명 “살만하면 2번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시라”>는 기사를 올렸고 이 보도를 필두로 세계일보, 중앙일보, 매일신문, 디지털타임스, 국민일보, 15일에는 조세일보, KBS, 헤럴드경제, MBN이 대동소이한 기사 제목을 받아 썼다. 이들 매체에 실린 해당 기사 댓글의 합은 1만 6천여 개가 넘는다. 15일 조선일보는 다시 시동을 걸어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재활용해 <이재명 집에서 쉬시라 할때 옆자리 野 후보들 반응은>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15일 조국 돌풍과 장예찬 이슈에 묻혀버렸다.

네이버 뉴스콘텐츠제휴 60개 언론사의 2024년 3월 셋째주 랭킹 뉴스 중 댓글 많은 정치 기사 20건을 추려보면 언론사의 보도 의도를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댓글 많은 기사 중 종합일간지 기사가 11건으로 55%를 차지했다(조선일보 4건, 동아일보 4건, 중앙일보 2건, 국민일보 1건).

댓글 많은 기사 상위에 14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발언 인용 보도가 3건이 있었는데, 이 기사들 제목에는 2번을 찍었거나 2번을 찍을 이들을 도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거의 똑같은 기사 제목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디지털 타임스 세 개 기사 합산 댓글만 1만여 건이다. 동시에 큰 관심이 몰렸다고 할 수 있다.

위의 표에서 댓글 많은 정치기사 제목을 일별하면 감정적 이슈를 키우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어떻게든 꼬투리 잡으려는 의도와 민주당 안귀령 후보 망신 주기가 확실히 보인다. 조국 전 장관 관련해서도 흡집내기식 보도가 주를 이루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공격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정치보복을 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처럼 경쟁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경쟁프레임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거나 '체급 구도'가 맞아야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다 아무런 대응이 없어서 보도량에서부터 아예 이재명 대표와의 프레임 경쟁이 성립하지 않는다. 또 "2찍"이 막말이라고 몰아붙였으나 '2찍'이 혐오표현이나 조롱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행위도 혐오 행동이 되는 모순에 빠진다. 많은 언론이 '2찍' 논란은 부질없음을 깨달을 시기다.

랭킹뉴스의 또 다른 특징은 댓글 많은 정치 기사 제목 20건 중 단 1건만 제외하고 따옴표가 붙어 있다는 것.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기사 제목이 대부분이다. 특정 인물이 한 말을 따옴표를 쳐 제목으로 만드는 형태이다.

그래서 기사제목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물 10명을 분석해보았다. 지난 주 랭킹뉴스 빈도 분석 결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541번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동훈(455번),조국(398번) 순으로 제목에 빈번하게 등장했다. 재미난 건 윤석열 대통령은 이름 언급보다 ‘尹’ 또는 ‘윤’으로 표기되는 빈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따옴표 기사 제목만 살펴봐도 지난 주 공천과 경선 과정의 논란을 다룬 언론 보도는 정봉주, 박용진, 양문석 등 민주당 인사에 일방적으로 쏠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장예찬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의 망언은 적게 보도되었다. 언론이 국민의힘에 대한 보도보다 민주당 공천에 더 관심을 가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총선과 직접 관련없는 인물로 호주대사로 임명되어 ‘런종섭 ‘,’도주대사’ 라고 불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과거 기자 테러 사건으로 MBC를 위협하는 망언을 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자주 인용되었는데, 이는 뉴스 이용자들이 정부 여당의 ‘실정’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에서 보이는 초조함

네이버 온라인 기사 외에 지면으로 제공되는 종이신문 기사를 댓글수 기준으로 살펴봤다. 지면뉴스는 온라인 뉴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제된 제목과 글을 쓸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도의 논조는 비슷했다. 많이 봤을거라 추정되는 지면 정치 뉴스는 동아일보가 7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 5건, 한겨레신문 4건, 경향신문 1건, 중앙일보 1건, 매일경제 1건, 한국경제 1건이었다.

3월 셋째주 댓글 많은 종이신문 지면 기사의 주요 이슈는 1) 지지율 2) 조국 돌풍과 절대 언급하지 않는 조국혁신당 지지율 3) 여권 위기론 4) 민주당 비판 등으로 추려졌다. 민주당 공천 갈등을 부각하려는 보수성향 언론의 집요함이 보였지만,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을 '2찍'을 인용해 보도한 14일자 조선일보 보도나 국힘이 판세 숫자 공개 안 할 거라 보도한 16일자 동아일보 기사가 더 '진심'으로 느껴졌다.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의 초조함이 조금씩 드러나는 듯하다. 민주당 경선과 공천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어떤 출구를 마련할지,보수성향의 일간지가 어떤 프레임 전략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11일자 경향신문의 “케이블카를 타고 걷지 않으니 오히려 자연이 보존된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 보도한 기사다. 평범한 사람들은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생각이고, 보고도 믿지 못할 내용이라 큰 주목을 받았을거라 추정된다.

지역지의 도 넘는 이재명에 대한 집착

총선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는데다 비례대표 투표와 관련이 있는 만큼 지역지의 영향력도 클 거라 보고 네이버 제휴 지역 12개 언론사 랭킹뉴스도 분석했다. 댓글수 기준으로 기사를 분석한 결과 보수성향 지역지 논조가 보수성향 종합일간지와 비슷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지 중에서 대구 경북 소재의 매일신문이 댓글 많이 달린 뉴스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도민일보 6건, 강원일보 2건, 전주MBC 1건, 대전일보 1건이었다. 특히 매일신문 랭킹뉴스는 페이지뷰 7만 회가 넘는 기사도 상당 건 있어서 지역지로서 영향력이 크다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재명 대표가 인용된 기사 제목은 댓글수 많은 기사 20건 중 70%인 14건에 달한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으나 깎아내리려는 의도의 기사 제목이 주를 이뤘다.

이와 대조적으로 윤 대통령 보도는 단 한 건. 독일 아우토반과 유사한 고속도로 추진하겠다는 보도로 대통령의 선심성 선거 보도가 아닐까 심히 의심된다.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이런 행보를 계속 보이는데도 비판하거나 감시하는 지역 보도를 찾기 어렵다. 정부와 대통령실이 배포한 보도자료로 받아쓰기 한 기사를 ‘뿌릴 뿐’이다.

3월 셋째주 분석을 마치며

지난 일주일, 네이버 랭킹뉴스 순위에 오른 60개 언론사의 뉴스는 총 9,723건이었다. 하루 평균 약 1400여 건의 기사가 올라오는 셈이다. 언론사별 상위 10건의 뉴스를 매일 모니터한다 치면 대략 600여 건의 기사를 봐야 한다. 기사 1건 읽는 데 1분 소요된다 해도 10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매 시각 뉴스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시간대 어떤 뉴스가 나왔는지 알기는 더 어렵다. 문제는 지나간 뉴스를 현 시각의 뉴스로 착각할 수 있고, 속보성 오보나 낚시성 제목 때문에 실제적 사실조차 확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간분석과 함께 일간분석도 시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네이버는 검색 기사 서비스를 무한 스크롤 방식 제공으로 변경했다. 검색어로 뉴스 검색을 해도 관련 기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매우 어렵게 ‘되어 버렸다’. 네이버 랭킹뉴스에 올라온 기사의 편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네이버뉴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대로 보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그것이 핵심 뉴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총선 시기 워낙 많은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이슈도 매우 급격히 변화한다. 진실과 사실을 아는 것 만큼이나 진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식별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고은지 게임과과학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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